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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동피랑 벽화마을과 케이블카 여행

gharhxn 2025. 7. 29. 02:10

바다와 예술, 그리고 낭만이 어우러진 도시, 통영. 오래전부터 통영이라는 이름은 내게 감성적인 도시로 각인돼 있었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괜한 말이 아니란 걸 이번 여행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동피랑 벽화마을통영 케이블카는 이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였다.

 

아침 일찍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동피랑 마을로 향했다. 동피랑은 ‘동쪽 비탈’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로, 예전엔 철거 예정지였지만 예술가들의 벽화 작업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골목골목을 따라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이어져 있고, 그 위로는 푸른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며 벽화들을 구경했다. 어린왕자, 물고기, 고양이, 통영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까지. 벽화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마치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상에 올라서면 통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다 너머 떠 있는 하얀 배들, 갈매기 소리, 그리고 등 뒤로 느껴지는 예술의 온기. 그 풍경 앞에서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내려오는 길엔 작은 카페에 들러 통영 특산물인 유자차를 한 잔 마셨다. 따뜻한 유자향이 피로를 녹이고, 창밖으로 보이는 항구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다음 목적지인 미륵산 케이블카로 향했다.

 

통영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며,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통영의 바다와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서서히 올라가는 동안, 아래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탑승 시간은 10분 정도였지만, 그 풍경은 평생 기억에 남을 듯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드넓은 남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까이는 한산도와 미륵도, 멀리엔 거제도까지 보였다. 정상에는 잘 정비된 산책로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그 바람마저도 자유롭게 느껴졌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탁 트이고, 복잡한 생각들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내려오는 길에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통영은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음미할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도시였다. 그리고 동피랑과 케이블카는 그 여유로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여행 마지막 코스로 통영 중앙시장을 들렀다. 이곳에서는 싱싱한 해산물과 통영 명물 충무김밥을 맛볼 수 있다. 따끈한 오징어무침과 함께 먹는 충무김밥 한입은 이번 여행의 피날레로 손색없었다.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따뜻한 인심 덕분에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분이 좋았다.

 

통영은 소리 없이 깊게 마음속에 들어오는 도시였다. 바다와 예술, 그리고 느림의 미학이 함께하는 곳. 다음엔 통영의 섬 여행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또 오게 될 것 같은 예감, 통영은 그런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