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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쪽 해안도로 드라이브 여행기

gharhxn 2025. 7. 29. 14:14

제주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 드라이브였다. 바람을 맞으며 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그 길은 마치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어느 봄날, 아침 일찍 렌터카를 빌려 출발한 나는 서귀포를 지나 한림 방향으로 향했다.

 

첫 목적지는 협재 해수욕장. 맑고 투명한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이곳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차를 잠시 멈추고 해변을 걸었다. 발끝에 닿는 시원한 바닷물과 바람에 실려 오는 짭조름한 향이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협재 해변가의 작은 카페에 들러 제주 감귤로 만든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다시 차에 올라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서쪽 해안도로는 바다와 절벽, 그리고 드문드문 펼쳐진 초원과 감귤밭 풍경이 이어졌다. 중간중간에 위치한 전망대에 들러 사진을 찍고, 짧게 산책도 했다. 특히 금능 해변은 협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고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낡은 방파제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점심은 한림 근처의 해산물 식당에서 회와 전복구이로 해결했다. 신선한 재료와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제주에서 먹는 해산물은 그 자체로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오후에는 한림공원을 방문했다. 다양한 식물과 미로 정원, 그리고 제주 특유의 돌담과 오름 풍경이 어우러져 산책하기 좋았다. 공원 내에 있는 열대 식물관과 선인장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느긋하게 걷다 보니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기울 무렵, 서쪽 해안도로의 마지막 코스인 저지 예술마을로 향했다. 제주 현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마을로, 벽화와 조각 작품들이 골목골목마다 숨겨져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갤러리도 많아 걸으며 감상하기 좋았다. 노을빛에 물든 마을의 풍경은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였다. 푸른 바다와 하늘, 초록빛 들판과 돌담길이 함께 어우러져 제주만의 독특한 감성을 선사했다. 차창 밖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고, 가끔은 차를 세우고 바닷가에서 숨을 깊이 들이켰다.

 

제주 서쪽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순간들을 담는 시간이었다. 여행 내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간직될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다음번 제주 방문 때는 또 다른 계절의 서쪽 해안도로를 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