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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도시, 여수.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이 도시를 드디어 찾았다. 여행의 목적은 단순했다. ‘그 노래처럼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를 직접 눈으로 보고, 걸어보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설레는 여행이었다.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먼저 반겨준다. 10월의 여수는 선선하면서도 햇살이 따뜻했다. 짐을 숙소에 맡기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해상케이블카. 돌산공원에서 탑승해 장군도 위를 지나며 오동도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는, 여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였다. 아래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군데군데 떠 있는 배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하얀 등대가 그림 같았다.
해가 지기 전, 오동도 산책을 나섰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소금기 섞인 향,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들리는 파도 소리.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해질 무렵, 등대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니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순간이 참 묘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벅참이 가슴을 두드렸다.
저녁이 되자 드디어 여수의 진짜 매력, 밤바다를 마주할 시간이 되었다. 향일암에서 출발한 야경 버스를 타고 돌산대교 아래로 향했다.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여수의 밤이 열렸다. 돌산공원 전망대에 올라보니 온 도시가 불빛으로 반짝이고, 바다는 마치 검은 벨벳 위에 별빛이 흩뿌려진 듯 아름다웠다.
배가 출출해져서 찾아간 곳은 여수 낭만포차 거리.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포차에서 즉석 꼬막무침과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맥주 한잔과 함께하는 그 맛은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풍미였다. 옆자리의 여행객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여행기를 공유하는 순간이 따뜻하고 유쾌했다.
다음 날 아침은 여수수산시장에서 시작했다.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둘러보고, 간단하게 게살죽과 멍게비빔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로 선택한 곳은 향일암. 절벽 위에 자리한 이 사찰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뷰로 유명하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여수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감성과 낭만이 살아있는 도시였다. 느릿느릿 걷고, 바다를 바라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람들과 웃고. 그런 모든 순간들이 쌓여 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특히 밤바다를 마주했던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여수를 사랑하는지.돌아가는 길, 다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그 조명 아래, 나만의 이야기가 또 하나 새겨졌다. 언젠가 다시 그 불빛을 따라 걷고 싶다. 조용하고 따뜻한 감성의 도시, 여수는 내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여행지로 남았다.